겁많은 만두의 미소
- sapsaree with
- 2021년 1월 25일
- 1분 분량
만두는 충남 금산 시보호소에서 구조한 삽살개 믹스 남자아이예요. 유기견 공지의 사진에 이마 위에 털을 모아 한개로 묶은 만두머리를 하고 있어서 만두라고 이름 지었어요.
만두는 강가에 버려진 후 일주일 정도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어 먹으면서 떠나지 않고 주인을 기다렸대요. 결국 사람들의 신고로 포획되어 보호소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만두의 떡진 털에는 유난히 말라붙은 식물이며 씨앗 따위가 많았어요. 만두의 털은... 정말 심한 떡이었어요. 온 몸이 하나의 두꺼운 직물처럼 짜여진 털떡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양털을 밀듯 상체로부터 가위로 몸통에서 잘라냈지요. 피부 여기저기는 당겨진 털로 인하여 염증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답니다. 털을 정리하고 난 후 만두는 아마도 느낌이 아주 좋았을 꺼예요. 관절이 털로 당기는 데가 없어서요.
만두는 겁이 아주 많아요. 십중팔구 사람에게 아주 모질게 매를 맞은 경험이 있었을 꺼예요. 제가 목소리를 높이거나, 다른 아이를 야단치거나 하면 당장 도망을 가요. 만일 만두를 혼내면, 아마 오랫동안 제게 오지 않으려고 할 것 같아요. 만두의 디폴트 표정은 걱정이 된다는 듯한 윗눈썹을 찌푸린 듯한 표정이랍니다. 그래서 만두가 환하게 웃는 것이 제 소망이 되었지요.
백신접종과 중성화를 마치고 만두는 산책에 따라 오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동네 뒷산으로 다 같이 나가 목줄을 하지 않고 뛰어 놀다가 들어와요. 그러나 만두는 저마저 무서워하기 때문에, 목줄을 풀어주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늘 목줄을 하고 있었어요. 오늘 처음으로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목줄을 풀어 주었지요. 그랬더니 도망가기는 커녕, 부르는대로 엄마보러 달려 오는 거예요. 만두는 오늘 너무 즐거워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답니다.
[같이 삽살개]에서는 대형견은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의 Woofies Rescue로 보내고 있어요. 그러나 좋은 가정이 나타난다면 국내에 입양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만두는 힘든 과거를 가졌지만, 미래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래요~


Comments